2014년 5월 31일 부산일보 사우회보에 실린 투병기 입니다.
[의지의 투병기 - 김철우 사우]
지병과 더불어 23년 - 이제 80으로 가자
2013년 10월2일(수) 아침9시 서울대 병원 소화기내과 외래진료실. 내가 의자에 앉자 주치의는 설명을 시작한다.
"CT 결과가 좋지않습니다. 간 한가운데에 암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보입니다. 지금은 작아서 확살하지 않지만
여러사례를 미뤄볼때 암 인것 같습니다.이번 것은 간 한가운데에 자리잡아 암일 경우 처리 할 방법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곳은 핏줄이 잘 생기지 않는 부분이라 색전술(사타구니 동맥을 통해 가늘고 긴 관을 삽입해 간동맥까지 올려보내 이 관속으로 항암제와 혈류를 차단하는 색전물질을 암 바로 앞에서 뿌려 암을 고사시키는 시술)도 어렵습니다. 간 한가운데라 수술을 해도 간 전부를 들어내야 하므로 할 수 없습니다.간 이식을 하거나 아니면 주어진 명대로 살아야 합니다. 한 달 뒤 CT촬영을 해 그 결과를 놓고 다시 의논해야겠습니다.그렇지만 만약에 대비해 간이식 수술을 가족들과 상의해 주셔야겠습니다. 또 간 기증할 사람도 알아보셔야 합니다. 여성간은 남성보다 작기 때문에 적당치 않고 젊고 건강한 남자의 간이 더 적절합니다."
간 이식을 하던지 명대로 살든지
외래 진료실을 나욌다. 결론은 당분간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그 대신 간이식을 성공적으로 한 사람을 만나보고 또 인터넷을 통해 간 이식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사항들을 챙겨보기로 했다.
부산으로 온 뒤 가족에게는 별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간에 아주 작은 물질이 있어 한 달 후에 다시 CT촬영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간 이식수술을 성공한 환자 가족들을 만났다. 수술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수술 후 2년여 동안 몸을 집중 관리해야 한단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어떨 경우 면역이 떨어져 입원하기도 하고 또 다른 질병의 위험때문에 병원을 자주 찾기도 한단다. 수술 성공률은 85%이상이다.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볼때 수술비와 수술 후 2년간 치료비는 사람에 따라, 병원에 따라, 차이가 심했다. 수술비는 거의 5천만원 안팎이고 치료비는 4천만원에서 서울을 비행기로 오갈 경우 2년간 1억 5천만원이 든 사람도 있었다. 더구나 2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심하게 일을 하거나 등산을 하는 등 무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간암 발병후 23년이면 천수를 누린 것
젊고 건강한 20~30대 남성 어느 누가 나에게 간을 기증 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사람은 없었다. 친구인 의사들은 간암이 생긴 뒤 23년을 살았으면 자기 수명을 넘어서 천수 만수까지 누렸다는 것이다.
나에게 간암이 생긴 1992년은 의료 환경으로 볼때 5년이상 생존은 힘들었다는 의견이었다. 5년 이상만 살아도 대단한 성공사례라는 것. 그러면서 의사들은 간이식 수술을 전폭적으로 환영하지 않았다. 더구나 70세가 넘어 대수술은 위험 부담이 많고 자기가 건강하려고 젊은이의 간을 기증받는것도 욕심이 과한 것이라고 면박아닌 면박을 했다. 간이식 수술을 이런 저런 이유로 가족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주치의는 내 간을 더 잘 알아
2013년 11월 6일 서울대병원에서 CT확인 결과 암으로 보이는 물체는 크지 않았다. 의사는 간이식 수술은 하지 않은게 좋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오랫동안 간암을 앓은 사람은 간이식에 성공해도 암이 재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치의는 23년간 내 간을 치려료해 왔기 때문에 나보다 내간을 더 잘 알 것이다. 한 달 뒤에 보자고 했다.
12월 18일. 2014년1월 15일. 2월 12일에도 암 추정 물체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3월 26일 서울대 병원에 갔더니 암이 틀림없고 많이 자랐으니 빨리 입원하라고 한다. 암이 성장 했으니 핏줄도 생겼을 것이므로 색전술이라도 해보자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방법 외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주치의가 말했다. 그러니까 지난해 10월 부터 3월까진 한 달에 한 번씩 서울대 병원을 오갔다. 채혈하고 CT촬영을 한 이틀 뒤 결과가 나오므로 한번 서울에 가면 3일은 머문다. 2014년 4월4일 색전술을 했다. 시술후 열이나고 상황이 좋지않아 1주일동안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다. 그 후 집에 왔지만 거의 한 달 내내 몸이 정상이 되지 않았고 무척이나 힘들었다.
간암을 알게 된 것은 1992년 9월
1992년 9월 부산일보 창간 기념일을 2~3일 앞둔 날 건강검진 중 간암을 발견했다. 간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이제는 죽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그 당시 내가 아는 간암에 대한 상식이었다. 부산대학 병원에서 다시 간암을 확인하고 입원 절차를 받았다.
그때 아미동 부산대병원 앞 간선로는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었다. 9월 초 따가운 햇볕속에 버스 등 각종 차들이 공사로 인해 뒤엉커 멈춰있었다. 버스 안 승객들을 바라보면서 "저렇게라도 살아있다는 것은 정말 아름답구나, 나는 얼마 있지 않아 저 광경조차 볼 수 없는데"라는 생각을 하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그 후 나는 서울대 병원으로 옮겼고 1992년 9월 말께 색전술을 한 뒤 한 달 뒤 개복 수술을 했다.간을 3분의2까지 절제했는데 수술에 8시간이 걸렸다. 93년 4월 부터 회사도 출근했다.
특효약과 비방이 너무 많더라
수술하고 나니 간암에 너무나 많은 특효약과 비방이 있었다. 녹즙을 먹으라고 해 이를 매일 열심히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상황버섯이 좋다고 하기에 집사람과 함께 자연산 상황버섯을 구하려고 강원도 정선까지 갔다. 자연산 상황버섯 3Kg에 900만원이라 사지 못했다. 그 후 재배한 상황버섯을 오랫동안 먹었지만 역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개복 수술 한 이후 나는 꼭 2~3개월 에 한 번씩 서울대 병원에서 정기검진을 했다. 피검사와 CT촬영을 한 뒤 주치의가 이상 유무를 확인했다. 그런데 1~2년에 한 번 정도 간에 암이 생겨 주로 색전술로 치료했다. 보통 일반적인 암은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괜찮은 것으로 알려저 있다. 나는 부산일보를 2001년 정년퇴직했다.
간암 발병 10년째인 2002년 10월 서울대 병원에 정기검진을 하러가면서 나도 이제 졸업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했다. 뜻밖에 내 주치의는 간에 암이 생겼는데 색전술로는 안되고 개복 수술을 해야하니 입원 수속을 하라고 한다. 또 개복 수술이라니 정신이 아득했다. 더구나 10년 전 개복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 고통이 너무나 심해 다시 수술하고픈 마음이 손톱만큼도 없었다. 주치의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서 수술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10년이 지나 수술 기법도 많이 바뀌었고 꼭 수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1992년 2002년 개복수술
수술은 5시간 정도 걸렸고 간 7분의 1정도 절제했다고 한다. 1차 때와는 달리 예상보다 고통은 심하지 않았고 회복도 빨랐다. 수술기법이 정말 많이 변했음을 실감했다.
나는 가능한 한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간에 좋다는 약초나 식물, 민간 처방은 멀리한다. 서울대 병원 주치의가 시키는 대로 병원에 오라면 가고 또 색전술 하자면 하고 이렇게 해서 그 후 10년 즉 발병 20년인 2012년 을 무사히 넘겼다. 물론 10년 동안 색전술을여러 번 했다. 음식은 채소를 많이 먹더라도 익힌것을, 육고기나 생선도 굽지않고 삶거나 쪄서 먹었다. 물론 생선회 등 날 것과 설탕,흰밥,밀가루,튀긴음식,라면은 먹지 않는다. 밥은 현미,반찬은 채소를 중심으로 여러가지를 골고루 먹고있다. 청국장과 버섯이 좋다고 해서 자주 먹는 편이다. 독일에서 겨우살이 추출물로 만든 항암 주사제인 미솔트요법도 했고 간 부근 피부에다 벌독주사를 놓았지만 호전기미는 없었다. 비타민C를 대량 주입하면 면역력을 키운다고 해 몇 년째 계속하지만 항암은 별로 였다. 비타민C는 감기 같은 걸 걸리지 않게 해 1주에 한번 링거로 맞고 있다.
등산에 찬반 양론 의지 못꺽어
운동은 등산을 일주일에 두 번 했다. 이 등산을 놓고 내 주변 의사와 친구들은 나에게 좋지 않다는 의견과 등산 때문에 그나마 견디고 있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요즘들어 오랜 시간 걷는 것은 피로를 가중시키고 나이도 있어 등산을 주1회로 하고 한번 등산 시간을 5시간 이내로 줄이려고 한다. 그대신 하루 한시간 정도 집뒷산 산책을 생활화 할 생각이다.
이번 색전술은 휴유증이 너무 심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산다는 것이 이렇게 힘든 것인가를 절감했다. 더구나 명대로 사는 건 굳은 각오와 용기가 필요함을 새삼 느꼈다. 어떻게 하든 죽음의 궤적에서 벗어나 삶의 그물망으로 뛰어들어야 하고 꿈과 활력이 넘치는 생명의 광장에 굳건하게 서야한다. 그런데 그게 쉽질 않다.
하지만 아침마다 다가오는 '오늘'앞에 나는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최선을 다해 명대로 살아가는게 지난하지만 나보다도 더한 사람도 많지않은가. 어쨌든 60을 힘들게 넘겼고, 70을 또 넘겼다. 이제 80을 바라보고 살지 않으면 안된다. 암으로 얼룩진 내 인생에 희망의 꽃씨를 뿌리자.
'5년 생존'깨고 불굴의 투지로 인생연장 계속
굳은 각오 .용기 필요 '오늘'앞에 항상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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