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談野話

아무래도 나는 산으로 가야겠다

돌핀솔(月下 차영달) 2013. 12. 9. 11:10

 

 

Ⅰ.

간간이 부는 바람이 더욱 움츠리게 하는 날이다.

 

요즈음 들어 제법 추워진 날씨에 

오늘은 비마저 서글프게 내린다.

창밖으로 바라 보이는 오봉산의 화사한 옷이 어느새 누러이 퇴색해져 있고,

저기 금정산 장군평원의 그 하얀 실루엣도 이젠 보일 듯 말 듯 한다.

결코 멈추어지지 않을 듯한 여름이

잠깐 스쳐가듯 다녀간 가을과 더불어 사라지고,

이젠 겨울의 문턱에 서 있다.

 

다정한 산 새소리,

정겨운 물소리,

그리고 그 힘든 행로를 씻어 주는 시원한 바람결.

누런 카펫 위에 봄빛 찬란한 참꽃 퍼레이드,

한 여름을 토하는 초록 짙은 숲의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

새색시 화장마냥 가슴 설레게 하는 가을의 화사함,

흰 눈밭 속에서도 보석 같이 빛나는 겨울 상고대 이야기.

 

이렇게 정겨운 산 길,

사시 사철의 변모하는 산의 모습이 생생하다.

가끔 세상사에 붙들려 있거나,

어쩌다 권하는 이 있어도 마음이 동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도,  

내가 미치도록 찾아 들어가던 그 산은

예전과 다름없는 자태로,

여전히 먼 발치에서 잔잔한 기다림의 미소만 던지고 있다.

고향의 어머니처럼,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도,

억지로 짬을 내어 산에 올라 넓은 암반이나 풀섶에 누워

잠시라도 하늘에 흐르는 구름 보며,

여유로운 사색을 가져 본다면

각박한 현실의 핍박함을 잊어버리게 되고,

지나간 시간보다 다가올 날들의 소중함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리운 얼굴들과 함께 땀 범벅 되도록 산 길을 걸을 때가 좋았다.

마음 맞는 이와 바위 벽에 붙어 같이 엉켜보아도 좋았다.

된 오름에 힘겨워 후회하여도 좋았다.

동료들의 농 어린 격려 소리도 들어도 좋았다.

 

Ⅱ. 

"가자, 가자, 산으로 가자”

가슴 깊이 메아리치고 있는 이 절규 때문이 아니더라도,

기다리고 있는 동료들의 아름다운 마음을 헤아려

한번쯤은 얼굴을 내밀어보련다.

그러면 그 오랜 세월의 어색함이, 미안함이

봄바람에 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금 예전의 자리로 되돌아 온 듯 하리라

그러면 즐거운 마음으로

한 소리 하고

한 모금 하고

한 마음 하고

다시금

한 소리 거들고

한 모금 거들고

한 마음 거들고,

그러면 세상 사 잠시라도 잊고,

속진의 굴레도 가볍게 벗으며

산을 느끼고, 산에 동화되리라.

가자

가자

산으로 가자꾸나

 

빛 여린 눈썹 달이 별 바다에 노닐 때

밤 벌레 소리가 어 센 듯하며 정겹다

희미한 렌턴 빛 아래 추억을 안주 삼아서

오가는 술 잔은 정마저 담아 가볍다.

酒峰 하나 가벼이 넘고

酒峰 또 하나 넘어가면

정겨운 이 들의 酒氣 어린 목소리가 커도 시끄럽지 아니 하고

화음 되어 밤 깊은 등성이에 메아리 퍼져 간다.

酒峰을 넘고, 또 넘고, 大幹 잇기가 되어갈 때면

빈 술병이 담장 되어 간다.

酒行에 힘 모자란 이는 살며시 잠자리 찾아 들고

몇 남은 정예 대원은 대간을 이어 가려

살며시 밖으로 나간다.

늦가을 밤 공기 써늘해도, 정이 바람막이 되어.

그들의 소리, 酒氣 머금고 리듬을 탄다.

대간 잇든 이들 마저 지쳐 쓰러질 즈음

아침 햇살은 텐트 문을 조용히 가볍게 두드리고

부지런한 새소리 아침을 알리고,

먼저 일어난 이, 밥 짓는 소리 부산하다

! 이런 모습 다시 보고 싶다

 

아무래도 나는 산으로 가야겠다.

   

                      (2007년 拙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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