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따라 추억찾아

금정산 둘레길 8구간

돌핀솔(月下 차영달) 2014. 2. 15. 19:32

2014년 2월 15일(토)

지난번 찾았던 금정산 둘레길 (양산사송-부산대 구간)을 이어가는 8구간을 찾아 가기로 한다.

내일이 근무라, 오늘 나서다보니, 역시나 혼자 가는 길이 됐다. 양산에서 16-1번 버스를 타고 부산대학 인근 버스정류소에서 내려, 학교구내로 들어가,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오늘 발품을 시작한다. 날씨가 많이 풀린다하여 조금 가벼운 차림을 하다보니, 조금 선선한 기운을 느낀다(영상 2˚C) 

 

 학교 구내를 거슬러 올라가, 지난번 하산한 곳을 찾아가는데, 산을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어, 그곳으로 진입하여 보니, "시밭골 사람"이란 멋진 이름지여 진 곳이 있다. 적당한 크기의 돌에다 시를 적어서, 모아 놓은 모양이 아담하니, 이쁜 모습을 갖고 있다.

 

 

 그곳을 지나 한 10여분 걸어, 지난번 하산한 곳을 통과한다. 이곳에서 산성로까지는 오솔길 같이, 정말 이쁜 길들이 이어지니, 마음도 즐거운 듯 발걸음이 가볍다.

 

마치 불상을 세워 놓은 듯, 좋은 자태를 보여주는 바위앞에는 자그마한 제단이 있다. 누군가가 치성을 드렸음직한 이 바위에 불상이 새겨져 있었다면 딱이다.  그 아래에 부대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젊은 기운이 넘쳐 오르는 함성이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길은 찻길인 산성로를 건너서 금강원쪽으로 향해 간다. 자주 다니는 이 길은 순해서 그런지, "고령자 쉼터"라는 입간판이 서 있다.

이 표시목을 곧장 오르면, 지난 주에 올랐던 아기자기 능선길로 이어지나, 오늘은 옆으로 난 금강공원으로 향한다

우리나라 곳곳에 많은  둘레길이 제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듯이, 오늘 이 구간은 숲과 길이 즐거움을 주는, 힐링코스와 같다. 간혹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과 즐거움이 살아있다. 길은 그런 매력도 지니고 있어야 한다. 탁월한 조망을 주는 바닷가 둘레길와는 달리!

 

계속하며 만나는 갈림길은 무시하고, 옆으로 옆으로 걸어가다보면, 오래된 시민들의 안식처인 금강공원의 중심부를 만난다. 자연석을 이용한 돌다리, 연못등으로 조성된 이곳에 테크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공원 중심부에서 얼마 오지 않은, 좋은 곳에 테크가 자리잡고 있다. 소나무들도 이쁜 그림을 만들어주고, 그 아래에 아담한 절도 있으나, 디카로는 그 그림이 나오지 않을듯하여 포기한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소나무를 좋아하게 됐다. 오랜 세월에도,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기상과 기품을 은근히 풍겨주는 우직함이 참 좋다. 

 

 

발품을 시작하여 한 시간정도를 달려와 만나는 정자.

이곳부터는 잠시간 옥의 티를 감내하여야 한다. 만덕터널로 이어진 큰 도로를 끼고, 마을버스 종점인 금정마을옆 지하차도까지는 차량소리를 들으며, 걸어야한다.

 

마을버스 종점인 금정마을에서 약수사 옆으로 난, 늘 다니던 만덕고갯길로 가려니,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던 "둘레길이 능선으로 오르면 그건 둘레길이 아니고 종주길이다. 진정한 둘레길은 민가와 인접한 길로 이어져야 한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하여 만덕고개에서 허릿길로 걸어 개구리 서식지인 습지생태지역으로 가려던 나의 계획을 과감히 버린다. 이곳 만수정에서 물 한 모금을 마시고, 조금 직등하니, 사람들이 많이 다녀 잘 다듬어진 허릿길이 이어진다. 그 길은 지금까지 만나왔던 둘레길 깃도 사라지고, 또 다른 형태의 안내목을 만난다.

 

이 길이 만덕고개에서 산어귀 전망대를 오르지않고 감아도는 허릿길로 생각하였으나, 그 길보다 더 아래 길이였다. 산아래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등산로라, 조금만 내려가면 민가인 듯하여, 옆으로 난 길을 찾아찾아 가니, 그 길에서 좋은 경관을 갖고 있는 천태암, 보탑사라는 절을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산령각 오르는 길이 멋진 천태암을 구경한다. 인적이 없어 쓸쓸하고, 현대화된 사우가 거슬리긴 하지만, 절다운 고요함이 있어 오히려 정감이 가는데, 무심한 견공이 반가운(?) 인사로 무드를 깬다.

 

 

 

천태암을 뒤로 하고 내려오니, 민가와 인접한 골프연습장이 있어, 다시금 금병약수터, 개구리서식지로 이어지는 오름길로 들어선다

그 오르막길 상단에는 정말 멋진 경관을 보여주는 보탑사가 있다. 어찌보면 한참 증축중인 기운을 느끼게 하는데, 이 절 역시 인기측이 없다. 

 

눈덮인 장산과 수영천 빌딩이 시원스레, 정말 멋지게 다가온다.

부산 근교산인 윤산, 철마산, 개좌산 등이 선명하고, 그 너머로 달음산도 눈에 덮혀 하얀산이 되여 눈에 들어온다. 좋은 경관이, 좋은 날씨를 만나 이런 멋진 풍광을 만들어주니 정말 고마운 일이다

 

 

 

 

 

일반 절에서 보기 힘든 그림이 그려져 있다. 호랑이 담배피우는 시절? 무서운 호랑이에게 담뱃불을 붙여주며, 웃음을 띄우는 토끼의 모습은 무얼 말 하는가? 강자와 약자 모두가 평등한 공생의 세상이, 바로 천국이다라는 것을 얘기하는 것인가? 문득 민화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 TV진품명품의 전문가의 얘기가 생각난다.

숨바꼭질하는 동자승의 앙증스런 모습이 삭막한 주위를 살리고 있다

그 절을 나와 조금 된오름을 하니, 당초 계획했던 허릿길의 끝인, 능선길에 걸쳐있는 습지생태보호지역(개구리 서식지)을 만난다. 시간도 점심시간이라 이곳에서 많은 이들이 식사를 하고 있고,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 번잡하다. 나는 또다시 둘레길의 의미(?)를 살리고자, 종주길을 버리고 다시금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결론적이지만 그 덕에, 금정봉 허리를 돌아가는, 좀더 긴 발품(지도상의 U자형 거리만큼)을 팔았다. 이 길은 사직체육관 방향으로 나 있다. 

 

 

 

그리 찾아간 길은 아주 오래전에 지나친 적이 있는, 시원한 조망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소로길이 산불보호 초소까지 이어져 있다. 거기에서 차도로 바뀐다. 이 길옆으로 장승들이 줄지어 서 있다. 예전에 본 적이 있는, 이름난 두개의 볼거리(덕석바위, 베틀굴)는 오늘은 보지 못하고 지나왔다.

 

 

이 길은 아래 삼환아파트와 연결되어 있다. 길 중간에 금용암이 있으나, 들러지 못하고 스쳐 간다. 허릿길은 이 찻길을 벗어나 조금은 긴 오름길로 이어진다. 3시간을 쉬지않고 오다보니, 이 오름길에서 힘듬이 느껴진다. 걸음이 조금씩 무디어지며  올라선 곳은 금정봉을 오르는 삼거리 갈림길이다. 전방에 백양산 불태령이 보이는이곳에서 잠시간의 휴식을 취하며, 물도 한 모금한다.

 

이제부터의 길은 임도마냥 너르고, 천천한 내리막길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부드러움이 사라진 길이다. 그 길 중간에 있는 참샘에는 이곳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노력봉사로 보수를 하고 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제는 볼 수 없는 토관이 그 역할을 다하고 누워있다.

향토순례코스의 안내석이 있는 이곳에서 금정산 종주길과 둘레길이 갈라진다. 방금 내가 지나온 이 길은, 앞서 언급한 블로거가 진정한 8구간 둘레길이 되기 위하여서는 이 길로 들어서서 가야 한다는 주장의 시발점이였다.

이제부터의 길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 다니는, 아카데미 교육때마다 자주 다녔던 길로, 오늘의 마지막 발품을 장식하며 천천히 내려간다.

 

 

이 길도 많이 변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찾는 까닭인지, 전에 없던 편의시설들이 생겼다. 

 

아주 오래전부터 어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초라하기 이를데없는 추억의 놀이기구를 다 없애 버리니, 너른 휴식공간으로 변모한, 진정한 시민공원이 되였다. 또한 호수를 훨씬 더 가까이에서 만나게되니  한결 시원한 친수공간이 되여 있다.

 

 

 

 

 

(오늘 걸은 모습을 보여주는 흔적)

 

 

부지런한 4시간여 발품을 파니, 조금은 피곤하고, 허기를 느껴지지만 마음은 풍성하다.

 

오늘 길을 되돌아 보니, 전반부의 둘레길 구간은 정말 보석같은길로, 봄에 다시 한번더 양산 사송에서 걸어, 이길의 진중한 모습을 감상하고 싶다. 반면에 후반부의 길은 기존의 (능선길을 걷는)둘레길을 벗어나려 하다보니, 나름 만들어 가게 되였다. 이 길은 전반부의 길에 비하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 길도 너르고, 딱딱하고, 돌길이 많아, 시내 길같아, 매력을 덜 주는 길이라 아쉽다. 그래도 그만한 볼거리를 제공하여주니, 한번은 걸어볼만한 길임에는 틀림이 없다.  

 

다음의 7구간길을 기대하며....